요약
기술이 고도로 성장하던 시기에는 과학과 기술, 노력이 중시됐다.
그러나 저성장의 성숙한 경제 시기로 접어든 요즘에는 기술만큼이나 예술과 감각, 개성과 다양성이 중요해졌다.
야마구치씨와 구스노키씨의 대화로 진행되는
형식을 따라 정리해보았다.
제로가 아니라 플러스를 원한다.
기술이 없다면 마이너스(-)지만, 일을 잘한다는 것은 플러스(+)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기술력이 상향평준화된 인력시장에서 이제 기술은 평균이다. 평균점에 돈을 지불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구스노키
"만두를 만들 줄 안다는 이유로 누군가 선택된다면 아마도 일손이 부족할 때일 겁니다. 그 분야의 인력이 부족한 상태에서는 기술이 효력을 발휘하죠. 만두를 만들 수 있는 사람 수가 수요에 비해 확연히 부족해진다면 만두를 만드는 기술은 엄청난 가치가 있는 것처럼 보이겠죠. 오늘날의 프로그래밍처럼 '시대가 요구하는 기술'은 반드시 존재하게 마련입니다."
야채
한창 프로그래밍 열풍이 불었던 때가 기억납니다. 개발자 인력난 때문에 너나 할거없이 코딩을 배웠고 온라인 강의 사이트에는 프로그래밍 관련 강의가 넘쳐났죠. 그런데 요즘 시대가 요구하는 기술이 바뀌고 있는 것 같습니다. AI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세상을 바꿔가고 있어요. 책이 쓰인지 3년도 채 안됐는데 이제는 대규모 플랫폼 기업도 개발자를 해고하는게 현실이 될만큼요. 2023년 한 해동안 실리콘밸리에서도 26만명이 해고 통보를 받았습니다. 개발자들도 이미 생성형 AI를 활용해서 코딩을 하고 있고요. API 개발자는 작년 기준으로 60%가 생성AI를 사용한다고 하네요. 앞으로 '시대가 요구하는 기술'은 AI를 포함한 기반 기술들이 될 것 같습니다. 클라우드, AI칩, AI반도체 등등이요.
구스노키
"그런데 인생은 깁니다. 만두 수요가 늘어나면 만두 만드는 기술을 지닌 사람들도 그만큼 많아질 거고, 그중 더 맛있는 만두가 더 잘 팔리겠죠. 그러면 평균점에 돈을 지불하는 사람은 없어지고 말겁니다."
야채
코딩을 좀더 얘기해보자면, 사실 AI는 이미 2년 전부터 인간 평균 능력을 따라잡았습니다. 챗GPT가 코딩을 더 잘할수록, 개발자들의 사용이 만연해질수록 기술이 부족한 개발자들은 그만큼 입지가 좁아지겠죠. 번쩍 떠오른 산업에서 혜택을 보고자 참여하면 결국 오래 갈 수가 없다는 겁니다. 말씀하신대로 '돈을 지불할만한 사람'이 되기 어려우니까요. 제 경우엔, 글쎄요. 알면서도 만두를 월등히 맛있게 만들 자신은 없네요. 그래서 저는 차라리 만두집을 색 다르게 꾸미는 쪽을 선택하려고 합니다. 맛이 월등한 만두집은 못될지라도 방문할 때마다 즐거움을 주는 만두집이 되고 싶어요.
같은 것을 다르게 보고,
보이지 않는 것을 본다.
성공한 사람은 다른사람이 알지 못하는 것을 알고 있다든가, 남이 하지 못하는 것을 할 수 있었기에 돈을 벌 수 있었던 것이다. 이것이 전략의 출발점이이다.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자신만이 갖고 있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었기에 개별 요소가 독자적인 의미를 갖기 시작한 것이다.
구스노키
"예컨대 무턱대고 인공지능을 접목시킨다고 해서 모든 게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먼저 시간적 깊이를 고려한 스토리가 있어야 합니다. 그 스토리 가운데 특정 부분에 인공지능을 넣으면 다른 요소와 이어져 비용이 낮아지거나 이익이 생기듯이, 전체적인 배경 속에서 비로소 인공지능의 효과가 나오는 겁니다. 인공지능이라는 요소 자체에 의미가 있는 게 아니라 어떤 맥락 속에 놓이느냐가 중요합니다. 가치를 창출하는 것은 독자적인 스토리거든요."
야채
어디선가 들었는데요. 돈을 벌기 위해 사업하는 사람도 성공할 수 있지만 진짜 진짜 성공하는 사람은 돈이 아니라 비전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라고요. 쿠팡은 2010년 창업 후 줄곧 적자였습니다. 그럼에도 쿠팡 창업자의 의지는 굳건했어요. “100년 기업을 만들기 위해 ‘계획된 적자’를 감수하겠다. 물류에 과감히 투자해 매년 2만 명 이상 고용하겠다.” 그 이후에도 조 단위의 영업 손실을 겪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줄여가더니 2023년 4분기에는 드디어 흑자 전환에 성공했습니다. 단순히 돈을 벌고 싶어서 했더라면 그 오랜 적자의 시간들을 견딜 수 있었을까요? 자기 스토리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이런 역전 드라마가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사고하는 방법을 인사이드 아웃 사고방식이라고 해요.
자신만의 논리와 스토리로
무장한 인사이드 아웃
Outside - In:
- 인터넷을 비롯한 IT 기술의 발전은 인간의 사고를 아웃사이드 인의 방향으로 유도하는 면이 있다.
- 적정한 해답이 어딘가에 있을 테니 전체적으로 폭넓게 외부에 있는 정보를 조사하고 거기서 좋은 것을 찾아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 미래에 어떻게 될 것인지를 무척이나 알고 싶어한다.
- 어떻게 될지 알아낸 뒤에 수많은 선택지 가운데서 옳은 해답을 고르려고 한다.
- "미국에서 검색엔진이란 걸 시작했다고 하는군. 우리도 만들기로 결정했으니 어서 수행하게" 라는 상사의 지시에 모두 성실하게 관련 자료를 조사한다.
"아무튼 우린 안돼!"
"이젠 한물간 콘텐츠야"
"고령화 현상 때문에"
"정부 규제가 너무 심해서"
- 숲만 보고 나무를 보지 않는다. 그래서 모든 일을 환경과 상황 탓으로 돌린다.
- 외부 정보에서 답을 찾는다.
- 업무 지시를 성실히 따른다.
- 계획이 완성되어야 실행한다.
Inside - Out:
- "세상을 완전히 뒤바꿔주겠어!" 하는 열정으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
- 완전한 미래 예측은 할 수 없음을 인정한다.
- 정보는 불완전해도 우선 자기 나름대로의 논리와 스토리가 있고, 나름의 행복한 결론이 있다.
"모르면 나중에 배워서 활용하면 돼"
- 자신의 논리에서 답을 찾는다.
- 자신이 세운 목표를 따른다.
- 우선 실행하고 계획을 수정한다.
# 넷플릭스
넷플릭스는 초창기에 DVD 대여 사업으로 10여년 유지했다. 고객이 인터넷으로 주문한 DVD를 봉투에 넣어 우송하고, 다 본 DVD는 다시 봉투에 넣어 돌려받는 시스템이었다. 넷플릭스의 가치는 '고객이 여러 가지 제약에 구애받지 않고 보고 싶은 방송 프로그램을 보고 싶을 때 보고 싶은 장소에서 볼 수 있게 한다.'는 단순한 컨셉이다. 그러나 블록버스터라는 골리앗은 막강했다. 한때는 넷플릭스를 궁지로 몰아넣는 상황까지 가기도 했다. 블록버스터 대여점에 가면 신작이나 화제작이 잔뜩 진열되어 있다. 그런데 신작은 금방 동나고, 고객은 불편이 발생한다. 이를 해소하려면 신작 재고를 늘려야 하는데 입고 가격을 감당할 수 없었고, 신작의 인기가 끝나면 금세 불량 재고로 쌓이게 된다. 따라서 한정된 자금과 재고로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구작을 대여하도록 유도해 대여 작품을 평준화하는 방법을 사용해야 했다. 그러려면 고객이 어떤 영화를 어떤 순서로 보고 어느 정도 기간 안에 반납하며 다음에 무엇을 빌렸는지 상세히 조사하면 취향과 패턴을 파악할 수 있다. 이렇게 메일로 고객을 유도하면 구작 대여율을 높일 수 있다. 이렇게 데이터 마케팅을 2004년부터 해온 넷플릭스는 연간 수익이 꾸준히 상승했으며, 블록버스터는 기존 방식을 고수하다가 2013년에 도산했다.
# 데이터보다 인간을 신뢰한 스티브 잡스와 레고
일을 잘하는 사람은 전반적으로 인간에 대한 이해가 높다. 대표적으로 스티브 잡스는 시장조사에 매우 부정적이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일일이 물어보지 않아도 어떤 상품이 잘 팔릴지 직감적으로 파악할 수 있을만큼 인간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레고 산업은 어린이에 대한 정보, 즉 데이터를 많이 모았다. 그 결과 요즘 아이들은 예전에 비해 주의가 산만하다는 통계 정보를 얻었다. 그래서 더이상 레고블록 같은 장난감은 더 이상 팔리지 않을 거라 체념하고, 새롭게 캐릭터 비즈니스를 모색해 변화를 시도했지만 실적은 더 악화되었다. 결국 '아이들은 왜 노는 걸까?' 하고 놀이의 본질을 다시 생각했을 때 레고가 부활했다. 인터넷 게임의 기세는 여전히 흔들리지 않았다. 이러한 현상만 보았다면 레고는 영원히 부활하지 못했을 것이다. 단순히 집계 수준의 평균치, 현상과 경향만 좇다 보면 피상적인 결론을 얻게 된다. 하지만 아이 한 명 한 명을 찬찬히 관찰하면 레고에 열중하고 있는 아이들을 볼 수 있다. 데이터 지상주의의 함정이다. 데이터는 조사 설계자가 검증하고자 하는 일면밖에 보여주지 못하므로 확증 편향을 더욱 강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인간에 대한 통찰이 무엇인가? 한 사람의 내면에 존재하는 상당히 복잡한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다. 그러니 데이터를 집계해서 평균치나 경향으로 상관관계를 파악하는 것은 맞지 않을 수밖에 없다.
야채
결국 중요한 건 인간에 대한 관찰, 나아가 통찰입니다. 데이터로는 설명되지 않는 근본적 원인을 통찰하는 힘이죠. 그리고 관찰을 통해 얻게 된 인사이트를 자기만의 스토리로 만들어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스토리에 사용되는 요소들은 가능한 객관적이고 논리적일수록 좋아요. 하지만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은 문제'는 이미 똑똑한 누군가가 해결 중일 가능성이 큽니다. 오히려 '절대 해결 못할 것 같은 난제'를 두고 내 스토리를 만들어가는게 더 빠를 거예요. 어떻게 풀어야할지 지금 당장은 몰라도 괜찮아요. AI가 올것이다 말은 많았지만, 이렇게까지 세상이 변할 줄은 아무도 몰랐잖아요? 해결의 실마리는 언제 어떻게 올지 모릅니다. 일단 시나리오를 준비하기로 해요!